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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 × 여주] 서장(序章) 본문

수상한 메신저(Mystic Messenger)

[707 × 여주] 서장(序章)

설멩이 2017. 1. 29. 09:38

*얀레데 707

*엔딩 이후

*This is for '@FF14_jd'





당신과 나는 우연히 만나 운명처럼 사랑했고, 그 사랑을 기적처럼 이어갔다.
힘들었던 시간, 괴로운 날들. 그 힘든 것들을 이겨내고 당신과 나는 만났다.

"우리 오늘은 산책할래요?"
"어디로요?"
"여기서 차를 타고 조금 가면 공원이 있어요! 어때요?"
"공원으로 나가는 건 오랜만이네요? 막 두근두근하고, 기대되는걸요?"
"하하, 그래요?"

서로의 손바닥을 맞댄다. 그리고 입술도 맞댄다.
내 손 사이사이에 당신의 손가락이 들어오는 걸 느끼며 나와 당신도 키스했다.
너무 행복한 이 시간이 영원히, 변하지 않길 빌면서.

"자, 얼른 차에 타요!"
"맛있는 것 많이 가져가니까 기대해도 좋아요!"

당신과 나는 그때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웃었을까. 어떻게 그런 말을 주고받으며 행복해했을까.
너무 행복했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 뭐 해요?"
"아, 세영 씨. 트위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 좀 봐요. 이 고양이 너무 귀엽지 않아요?"
"아... 네, 뭐."
"세영 씨,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분명히 세영 씨는 고양이를 좋아했었다. 지금은... 지금은 아닌 걸까.
당신은 당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나의 눈을 눈동자를 굴려 피했고, 당신 앞에 다가가 마주한 내 얼굴을 고개를 돌려 피했다.

"세영 씨, 말을 해봐요. 무슨 일 있는 거죠?"
"말하면 놀리거나, 화내지 않을 거죠?"
"괜찮으니까 말해봐요."
"요즘 당신이 나 말고 다른 것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아서 그래요. 그럴 때마다 뭔가... 뭔가 화나는 것 같기도 하고..."
"푸훗, 질투하는 거예요?"
"그, 놀리지 말아요!"

당신의 머리카락처럼 새빨개진 얼굴을 가만히 보았다.
그래, 나는 이때 알았어야 했어. 나를 향한 당신의 감정이 무언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가져도 항상 1순위는 세영 씨에요!"
"정말...이죠?"
"물론요!"

이제 세영 씨가 나를 걱정하진 않겠지. 저 귀여운 질투도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끝인 줄 알았다.
평화롭게, 태풍의 끝처럼 자연스레 소멸될 줄 알았다.


"또 트위터... 하는 거예요?"
"이번에는 주민 씨가 보내준 엘리 사진을 보고 있어요. 엘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예뻐지는 것만 같지 않아요?"
"..."
"세영 씨?"

깊게 생각에 잠긴. 뭔가를 계산할 때 짓는 표정. 무섭도록 싸늘한 표정.

"세영 씨, 세영 씨!"
"아, 미안해요.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무서운 표정이 풀어졌다. 당신이 그런 표정을 지을 때는 항상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였다.


"나한테 질문해 놓고 다른 생각을 하면 어떡해요."
"미안해요, 뭐라고 했었죠?"
"엘리는 점점 예뻐지는 것 같지 않냐구요."
"네, 그렇죠. 점점 예뻐지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일이 있다는 걸 깜빡했네요. 금방 돌아올게요, 알았죠?"
"? 네, 조심히 잘 갔다 와요!"
"누가 와도 절대 문 열어주지 말고요. 이 버튼은 경고 버튼이니까 누가 오면 누르고요, 이 버튼은 저를 호출하는 버튼이에요. 알겠죠?"
"나갈 때마다 알려주잖아요. 이제 다 외웠어요, 잘 갔다 와요!"

세영 씨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 했던 건 아니다. 단지 그렇게까지 심할 줄을 몰랐던 것뿐이지.


책의 서장이 넘겨졌다.

서장을 넘어가, 책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큰일이야.]

[무슨 일 있어요, 주민 씨?]

[엘리자베스 3세가 사라졌어. CCTV를 다 돌려봐도 나오질 않아. 대체 어디에 간 건지...]
[뭐? 그 고양이가 없어져?]
[여러 번 말하지만 엘리자베스 3세다.]
[큰일이군. 엘리자베스 3세는 낯선 곳에 혼자 있다면 두려워할 텐데.]

[세상에... 어디 짐작가는 곳은 없고요?]

[경비원을 풀어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고양이 털 하나 보이지 않아.]
[그 고양이는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찾는 건 도와줄게.]
[당연히 찾아야지.]
[... 됐고, 이 자리에 없는 유성이나 세영이한테도 도움을 요청해보는 건 어때?]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다. 여주 씨, 당신이 나대신 세영이에게 얘기해 주겠어?]

[알았어요, 주민 씨.]

[저 녀석은 말을 해도 저렇게 하냐]

-강제희 님이 채팅방에 입장하셨습니다.-

[이사님, 역시 여기 계셨군요.]
[무슨 일이지?]
[이사님, 엘리자베스는 제가 찾을 테니 '제발' 업무에 복귀해 주십시오... 결재 서류만 산더미입니다...]
[알아서 처리해.]
[그뿐이 아닙니다. 이사님이 추진하시는 새로운 고양이 사업 또한 회의 시간이 다가오는데 회사에 들어오지 않으시다뇨...]

[세상에, 회의가 있는데 회사에 안 간 거예요?]

[네... 엘리자베스가 사라진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경비원이나 제게 찾으라고 하면 되실 텐데 굳이 직접 찾으시겠다고 하십니다...]
[엘리자베스 3세보다 중요한 건 없어. 난 다시 찾으러 가봐야겠군.]
[잣ㅁ시만ㄴㅇㅛ이사님]

-한주민 님이 채팅방을 나가셨습니다.-

[이사님!!!!!!!!!!!!!]
[제희 씨 오타 난 거 오랜만에 보네...]

[제희 씨, 파이팅...]

[감사합니다, 담당자님... 하아, 이번에는 뭘로 이사진분들께 둘러대야 할지...]

[저는 세영 씨에게 부탁하고 올게요.]

[응, 난 그럼 유성이한테 말해야겠다! 제희 씨는 힘내고.]
[부탁드리겠습니다...]

-ZEN 님이 채팅방을 나가셨습니다.-
-강제희 님이 채팅방을 나가셨습니다.-



"세영 씨!"
"왜요? 무슨 일이에요? 날 찾아요?"
"그게, 엘리가 사라졌대요!"
"아... 그래요?"
"그래서 주민 씨가 세영 씨에게 엘리를 찾는 걸 부탁했어요. 도와줄 수 있죠?"
"도와줄 수는 있는데... 이미 늦었을걸요?"
"무슨 뜻이에요?"
"제가 죽였으니까요."
"... 네?"

이때 나는 알아차려 버렸다. 당신은 변했다는 것을.
동물을 좋아했고, 다정하고 착했으며, 마음이 여렸던 당신이 변했다는 것을.

"세영 씨, 장난하지 말아요."
"왜 죽였냐고요? 그거야 당신이 저한테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니까 그렇죠."
"세영 씨, 거짓말...이죠?"
"왜 예전처럼 날 바라보지 않아요?"
"세영 씨...?"

지금 당신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당신은 뭘 원했던 걸까.
나는 항상 이 자리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당신이 느낀 건 그게 아닌 걸까.
아니면, 당신이 변한 걸까.

"당신이 날 예전처럼 사랑해 주지 않아서 그렇다고요."
"네...?"
"나만 바라보던 당신이 왜 다른 걸 눈에 담아요? 나는 당신만을 생각하는데... 당신은 아니에요?"
"세영 씨, 갑자기 왜 그래요? 네?"
"아, 내가 나갈 때 항상 당신에게 알려주던 버튼 있죠? 누가 오면 경고 버튼을 누르라고."
"그게 왜... 요?"
"혹시 누른 적 있어요?"
"네... 몇 번."
"아하~"

만족한 듯 활짝 웃는 당신이 너무 불안해서 물어보고 말았다.
당신에게 돌아올 대답을 들으면 후회할 것이란 걸 알고 있음에도.

"... 그 버튼이 뭔지 알려줄 수 있어요?"
"어라, 정말 알려줘도 괜찮아요?"
"네, 알고 싶어요."
"하긴, 여기가 방음이 잘 되긴 해요! 당신이 그 버튼을 눌렀을 때 밖에 있던 사람은 죽었어요. 한번 볼래요?"
"..."
"지하실에 시체 보관실이 있긴 해요."

대체 언제부터 달라진 것일까.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만든 것일까.
그 이후로도 내가 아무리 사랑한다 말해도 당신은 듣지 않았고, 나를 믿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 대한 집착이 더욱 심해졌다.


"다녀왔어요! ... 자요?"
"... 잔다면요?"
"그럼 슬프니까 당신이 봐주는 행동을 해야죠."

당신은 내가 당신을 생각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어했고, 내가 당신을 바라보지 않으면 음식을 절대 입에 대지 않았고, 내가 하루라도 당신과 잠자리를 가지지 않으면 당신은 자해를 했다.

"... 알았어요."

예전의, 나를 향해 지어보이던 그 웃음. 그 미소를 내게 다시 보여주며 나를 향해 다가온다.
내가 사랑했던 그 미소를 지으며, 내가 사랑했던 그때처럼.

"오늘은 어떻게 할까요? 키스부터 할래요? 아니면 애무부터 할까요? 어디가 좋아요?"
"부끄럽게 그런 거 물어보지 말아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심술맞아.

"알았어요, 그러면 알아서 할게요."
"앗, 잠시만...!"

부드럽고 매끈한, 그의 입술이 마치 내 몸에 로션을 바르는 것처럼 매끄럽게 지나갔다.
턱 끝부터, 그대로 아래로 쭉.
그러다 다시 올라오며 두 팔로는 나를 감싸 안았다.

"왜요? 역시 키스가 좋아요?"

대답도 전에 그의 입술이 닿았다.
딱딱하고 달콤한 뭔가가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달콤한 딸기맛. 사탕인 걸까?
한참을 서로의 입속에서 굴렸다. 사탕이 전부 녹을 때까지 입맞춤은 멈추지 않았다.
당신에게서 나는 향기와 대조되는 향이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것 같았다.

사탕이 전부 녹아 없어지자, 당신은 입을 떼고 목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쇄골부터 원을 그려나가며, 허리를 한 손으로 감았다.
점점 몸이 이상해지는 것 같아. 뭔가가 뜨거운 듯한 느낌.

시간이 지난 뒤, 그가 그리던 원이 가슴까지 내려오자 그는 내 가슴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가슴 바깥에서 천천히 마사지하다가 점점 거리를 좁혀온다.
주변을 문지르기도 하고, 잡고 돌리기도 하고. 조금씩 느낌이 이상해져 가는데 아래쪽에서 뭔가 뜨거운 느낌이 올라오는 것 같다.

"이제 조금 올라오지 않아요?"
"하, 하아... 뭐가요?"
"사탕에 최음제를 넣어놨거든요."
"네?!"

어쩐지. 뭔가 뜨거워지는 것 같더니.

"평소보다 더 좋지 않아요? 난 좋은데."
"세영 씨, 정말... 읏!"

알아채고 나니까 더 달아오르는 것만 같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세영 씨의 손길을 느끼는 감각이 더 세세해지는 것만 같은.

"이제 괜찮지 않아요?"

뜨거워진 그곳에, 뭔가가 닿는다.
미끄럽고, 뜨겁고 기다란 뭔가가.

"흐읏, 정말..."

위에서 날 내려다보고, 피식 웃으며 조금씩 들어왔다.
아주 조금씩. 또 아주 천천히.

"최음제 당신만 먹은 거 아니에요. 나도 먹었어요."
"근데 왜 그렇게 멀쩡, 한 건데요?"

들어오는 순간마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아주아주 천천히 들어오는 그 순간에.
내가 물어본 질문엔 답하지 않고, 그저 끝까지 넣는 것에 집중한다.
미소를 띠던 표정이 점차 일그러지고, 끝까지 들어오자 다시 표정을 편다.

"멀쩡하지 않아요. 참은 것뿐이지."
"왜 참은 건데요?"
"지금부터 열심히 해야 하니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영 씨는 허리를 움직였다.
누워있던 내 몸이 크게 흔들릴 정도로 세게.

"핫, 세, 세영 씨, 잠시만!"

내 부름에는 아랑곳 않고 계속 움직였다.
뿌리 끝까지 박힐 때마다 참고 있던 숨이 내뱉어지고, 그 숨은 자연스레 신음으로 변했다.

"하아, 흣, 읏!"
"조금 더 크게 해 줄 수 있어요?"
"그게, 핫, 무슨 창피한... 항, 말이에요!"
"그렇게 해줘요, 네?"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조용히 내 볼을 쓰다듬는다. 당신을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알겠으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하핫, 고마워요."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 활짝 편다.
나는 그가 원한 대로 신음을 막지 않고, 그대로 내뱉었다.

세영 씨에 의해서 눌리고, 긁힌 자국들. 그리고 세영 씨의 흔적은 아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없어지지 않게, 그가 항상 새로 덮어씌우니까.

"으읏...!"
"하... 하아..."

최음제의 효과인지, 아니면 내가 그대로 느낀 감정인지.

"세영 씨, 끝낼 거예요?"
"...하핫."

나도 모르게 당신을 쳐다보고 원하고 있어.

"좋아요."

다시 한번 포개어진 입술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꽤 오랜 시간 키스한 것 같다.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입을 떼고, 다시 맞추길 여러 번.
그 순간에도 당신과 내가 연결되어 있는 채로.

"날 사랑하지 않으면, 난 죽을 거예요."
"세영 씨."
"그러니까 날 버리지 말아요. 나만 생각해줘요. 날 사랑해줘요. 욕심이라고, 이기적이라고 얼마든 욕해도 좋아요. 날, 사랑해줘요."



...

그 언젠가 당신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어요.
당신이 나와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함께 했던 이야기들을.
그랬던 당신은 왜 이렇게 자신감을 잃은 거예요?
지금의 당신이 싫은 건 아니에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니까.
나는 언제나 이 자리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어요.
당신이 불안해하지 않아도, 당신이 집착하지 않아도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수십 번을 이야기해도, 당신이 듣지 않았을 뿐이에요.




당신과 나의 이야기가 쓰여진 책의 마지막 글귀가 되었으면 하는 것.

'오래오래,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그 평범한 이야기의 끝맺음을 지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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