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멩이의 취미생활

[메이플스토리] 영웅즈 × 은월 본문

수상한 메신저(Mystic Messenger)

[메이플스토리] 영웅즈 × 은월

설멩이 2016. 12. 31. 18:47


사망소재 O

커플링 X


아란 에반 메르세데스 팬텀 루미너스



긴 꿈을 꾸었다.
너희들과 다시 재회할, 가슴 벅찬 그날을.
다가올 그날을 위해 기대하고, 설레고, 희망으로 가득 채우며 기다렸다.
그리고 결국은 너희를 만나고, 행복은 짧았다. 너무나 짧았기에 그 짧은 행복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 했다.

왜일까.

대체 무엇이 너희와 나를 갈라놓은 걸까.

그 절망감도 다시, 아브락사스에서의 일이 다시 나를 너희들에게 새겨주었다.

나는, 존재했다고.

나만이 기억하는 너희가 아닌, 조금이나마 너희도 나를 기억할 것이라고.

부디 그 꿈이 길어지길 바랐건만.

너희에게는 나는 그저 기억하지 못하는 낯선 이었겠지.



폴암에 깊게 팬 상처에서 피가 주체할 수 없이 새어 나온다. 카르트와 마법 화살은 몸에 꽂혀 마법을 발휘하고 있고, 빛의 마법이 날 움직일 수 없게 가두었다.

아아, 그래. 너희는 나를 검은 마법사와 연관지어 생각하겠지. 당연해, 분명 그럴 거야.

"... 이걸로 괜찮은 걸까?"
"사과를 바랄 생각은 하지 마, 군단장."

슬픈 표정 짓지 마, 아란.


그래, 다른 녀석들처럼. 나를 군단장으로 생각해.

...항상 생각했어. 검은 마법사의 봉인으로 인해 사라져야 했을 내가 살아있는 이유를.
검은 마법사는 이미, 아주 오래전 봉인에서 깨어난 거야.


검은 마법사의 봉인으로 인해 존재를 바친 내가 살아있다면 나는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어차피 기억되지 못할 존재라면, 이렇게 너희의 손에 죽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이렇게라도 죽으면 너희의 기억엔 존재하겠지.


'군단장'으로서라도.



"... 그만 가지, 시체를 보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너희의 공격은 참 대단하구나. 이 정도라면 검은 마법사에게 타격이 갈 거야.
너희의 힘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프리드의 가호가 함께 하길.



"드디어... 드디어 그분의 봉인이 완전히 풀린다!"

"갑자기 왜 봉인이 풀린거지?"

"모두, 예를 갖춰라!"


길게 펄럭이는 검은 로브, 번뜩이는 눈. 보지 않아도 그 위험한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검은 마법사, 그는 완전히 부활했다.

메이플 월드를 겁이 질리게 했던 그 힘을 그대로 지닌 채로.


"위대한 검은 마법사시여!"

군단장들이 차례로 그의 아래서 고개를 조아렸다. 그는 자신의 수족들을 차례로 훑어본 후,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어리석은 것들이 잊혀진 자를 죽였군."



"젠장, 끝도 없이 몰려오네!"

수백 년 전처럼, 다시 전쟁은 시작되었고 영웅들은 최전방에서 군대를 지휘했다.

그리고 그 영웅들을 선방에 서운 것은 시그너스 여제.

분명 검은 마법사와 직접 전투를 하고, 또 봉인까지 한 그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군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으리라.



"아란, 수백 년 전에도 우리 뒤의 군대가 이 정도였어?"
"그때보다 많아."
"대체 어떻게 이 많은 군대를 혼자 막아낸 거야?"
"응? 혼자 한 건 아냐, 중간에 은월이 도와줬어."


"뭐, 은월 그 녀석은 프리드와 비슷하게 중재를 잘 했지. 프리드와 친해서 그런가."
"네 녀석에게 칭찬받고 싶은 마음은 그 녀석도 없을 거다. 전투에나 집중해."
"... 지금 나랑 또 한판 해보자는 건가, 샌님?"
"못할 것도 없지."
"또 싸워, 또! 지금 전투 중인 거 안 보여?!"


"... 그러고 보니 프리드의 봉인 말인데, 어떻게 성공한 거지? 분명 존재 하나를 지워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전투 중 잡생각은 금지다."
"쯧쯔, 저렇게 꽉 막혀서야."


"그러고 보니 해적들은 누가 지휘하는 거예요?"
"나랑 은월이 번갈아서."
"은월 님... 이요?"


불안한 기분, 그리고 적중하는 현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외면하던 현실과 마주하는 순간.

순간에 떠오른 과거의 기억은 그동안 깨닫지 못 했던, 모양을 구겨 억지로 맞추었던 퍼즐처럼 점차 일그러지고, 후엔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원래의 퍼즐이 제자리를 찾자 그들은 점차 무기를 내리며 기억을 되찾는 것에 집중했다.

마치 얇게 얼은, 지금 부서져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얇게 얼은 호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은월."



아란이 발걸음을 옮겼고, 얼어있던 호수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 깨져버렸다.

"어떻게 잊어버릴 수가 있지...?"

완전히 듀얼 보우건을 내리고, 굵고 방울 같은 눈물을 후드득 떨어뜨리며 메르세데스는 말했다.
에우렐의 나무처럼. 여러 가지로 뻗은 그녀의 눈물자국은 그녀가 말하지 못하는 슬픔을 대신하듯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 정신 차려, 네 말대로 지금은 전투 중이야."

루미너스는 내렸던 무기를 다시 들고 적들을 상대했다. 자신이 짊어진 수백만의 메이플 월드의 생명들, 오로라의 책임, 그리고 라니아. 그에겐 지켜야 할 것이 확실히 있었기에 그는 지켜야만 했다.

"루미너스 넌 아무렇지도 않아? 어떻게 그래?!"

그녀가 전의를 상실함과 동시에, 그녀가 지시하는 군의 사기는 점차 떨어져만 갔다.



미안해, 너무 미안해.

이제는 존재하지 않을 존재에게 하는 말.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닿지 않을 그 말.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니할 사막의 모래처럼 흐르는 눈물.




"나도 샌님 말에 동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전투는 끝내야 해, 메르세데스. 우리 손에 수백의 메이플 월드 주민들의 목숨이 걸려있어."

손가락 사이에 리튬 원석이 껴 흘러내리던 모래가 멈춘 것처럼, 메르세데스는 울음을 그쳤다.


"메르세데스..."


수 백의 군대를 홀로 지켰던 강인한 전사 아란. 그녀 또한 마찬가지로, 아니 본인보다 더욱 슬프리라.


그럴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녀가 저렇게 슬픈 눈을 하지 않을 리 없지 않은가.



"우선은 전투에 전념하자. ...은월 생각은 전투를 마친 후에 해도 충분할 거야."


"괜찮을까...?"


"은월도 우리가 이러고 있는 것보단 검은 마법사를 막는 걸 더 반길 거야. 아니, 분명. 내가 아는 그 녀석이라면 반드시."


자신을 희생해서 우리의 결단력을 높인 녀석이니까.





잊혀진 영웅, 은월.

그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지워짐과 동시에 그는 원래의 자리에 새겨졌다.

다시는 지워지지 않게, 아주 깊이 새겨졌다.

너를 죽인 우리들은 너에게 사죄할 수도, 눈물을 보일 수도 없겠지.

너를 잊어서 미안해. 절대 잊으면 안 될 너였는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