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메신저(Mystic Messenger)

[리카 X V] 수상한메신저 전력60분-구원

설멩이 2016. 8. 14. 21:54


"하하, 무슨 말씀을. 저희가 다 감사합니다."
"과찬이세요, 호호호! 들어가 보세요~

엄마, 아빠. 누구에게나 한없이 착하고, 다정하고, 모범적인 사람.
그리고 나 또한 언제나 착하고 다정하고, 모범적인 사람.
남에게 비치는 모습. 거짓된 얼굴.

"아이는 입양하지 말걸 그랬어...!"
"저런 걸 대체 어디다 써먹는지. 내보내!"

그 무엇 하나 걸치지 않은 본래의 모습. 아주 근본적인, 어두운 사람들.

"안돼요, 내보내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남의 눈을 의식하며 남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나의 삶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 순수의 가면을 쓴 사람.

그러던 어느 날 나는 V를 만났다.


"마음에 드시나요?"

사진 전시회에서 만난 V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진 사람이었다. 마치 그의 사진처럼. 그에게서는 따뜻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네, 정말 마음에 들어요."

우리의 인연은 내가 너를 처음 발견하고, 네가 나를 알아채고. 그리고 우리 둘이 맞춘 것이 기적, 혹은 전생에서부터 약속된 일이겠지.



나의 삶은 오점 투성이였다.
나는 그 오점을 숨기기 위해. 더 완벽해지기 위해 연기를 하며 살았다.
그 누구도 나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러나 네가 내게 온 후로 나는 내 어두운 면을 감출 새도 없이 모두 들켜버렸고, 나는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넌 내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며 다를 다독여주었어.
괜찮아, 나는 다 이해할 수 있어. 나는 너의 그 완벽하지 않은 순수한 모습을 사랑해. ...라며.
나는 너에게 구원받은 것일까. 항상 감추고 살아왔던 나 자신에게 괜찮다며 다독여 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 나는 너에게 구원받은 거야.

"너랑 있으면 내 마음이 너무 편안해져.

마치 세상에 처음 나온 태아처럼.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하기만 해. 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어.
고마워, 고마워.
사랑해, 사랑해...
넌 나의 구원자이며, 태양이며, 내 모든 것이야. 제발 날 버리지 말아줘. 네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하기 싫어.

"나는 언제나 태양처럼 네 곁에 있어."

고마워. 나의 태양이 되어 줘서. 나의 태양은 정말 크고, 밝고, 따뜻하구나. 나만을 오롯이 비춰주는 나위 태양. 나의 사랑.
내가 너를 알게 된 건 정말 행운이야, 천운이야. 아니, 어쩌면 우리의 인연은 전생에서부터 이어져 왔을지도 몰라. 나를 알아봐 줘서 고마워.

"그래, 나는 태양 안에 있어."

흑백이었던 내 세상이 네가 비춘 후로는 찬란하게 빛나. 색맹이었던 내가 색깔을 보는 것만 같아. 마치 혹한의 추위를 견디고 따스한 봄이 찾아온 것만 같아.
나의 구원자, 나의 태양.


"만약... 내가 너에게 뒤를 돌려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할 때... 그때에도 날 사랑해 줄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너에게 돌아서는 날이 있지 않을까... 하고.
요즘 내 안의 어두운 면들이. 내 오점들이 자꾸 내 밖으로 나오려 해. 너무 불안해. 네가 없는 나는 상상할 수 없어. 제발 날 사랑해 주겠다고 해줘.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대답해 줘."

불안해. 네가 떠나갈까 봐. 내 안의 어두운 면들이 점점 나를 잠식해가는 기분이야. 불안해, 불안해. 나의 태양, 나의 구원자. 제발 날 구원해 줘.

"네가 내 다리를 부러뜨려 걷지 못하게 해도 좋아. 네가 내 팔을 팔을 부러뜨려 생활할 수 없게 해도 좋아. 네가 내 눈을 멀게 해도 난 널 볼 수 있어. 나는 널 사랑해.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나는 널 사랑할 거야.

날 바라보며 대답하는 V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지만 만약 아니라면? 저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난 어떡해야 하지?

"리카, 불안한 생각은 하지 마. 신이 언제나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아니, 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이런 구제불능인 나를 신도 어쩌지 못해...!"

신은 나를 구할 수 있었다면 진작에 구했을 거야. 신은 이런 어두운 면을 자꾸 끄집어내기만 하는 나를 구원하지 않아. 난 버림받았어.

"신은, 날 구원할 수 없어...!"
"괜찮아 리카. 왜냐하면 내가, 내가 널 구할 테니까."
"나를... 구해?"
"그래. 내가 널 구할 거야."

나의 태양. 나의 구원자. 아니, 아니야. 나는 아직 구원받지 못했어. 여태껏 나는 구원받았다는 착각 속에 산 거야. 난 아직 내 안의 어두운 면을 주체하지 못해. 제발, 네가 나의 태양이라면... 날 구해줘.

"네가 나의 태양이라면... 나를 구해봐."

나를 구해줘. 이런 구제불능인 나를. 자꾸 어둠에 침식당하는 나를 구해줘. 나의 사랑, 나의 태양. 공포가 내 몸을 엄습해오고 있어. 제발 내 몸이 장악당하기 전에 나를 구원해줘.


"눈으로 회유하는 건 이제 그만둬!"
"으윽...!"
"난 모두를 구원할 사람이야. 이 세상 모두를 자유롭게 할 사람이 될 거야!
"리카...! 여기서 떠나면 돌아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거야...!

둔기로 맞은 눈을 감싸고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V. 나는 강해졌어. 너 같은 것 없어도 난 충분히 파티를 열 수 있어.
예전의 내가 아냐. 나는 강해졌으니까. RFA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더 성대하고 행복한 파티를 열 거야.
나는 이 세상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어. 난 힘이 있으니까.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너는 구원자가 아니야, V. 진짜 구원자는 바로 나야.
난 정말로 모두를 구원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