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메신저(Mystic Messenger)

[젠 X 여주] 수상한메신저 전력60분-책

설멩이 2016. 8. 20. 20:53


너와 내가 만난 이후로 우리는 하나의 취미를 만들었어. 바로 너와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
매일매일 일상에 굴렸던 너의 눈덩이와 나의 눈덩이는 이제 한 층에 쌓여 눈사람이 되었고, 이제는 갖가지 장식으로 더욱 예쁘게 꾸밀 차례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사랑인 너와.

새하얀 공책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글을 써내리고 있어. 사소한 일도 놓치지 않고 써내릴 거야. 후엔 이 공책이 노랗게 빛을 바라고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날이 와도 너와 나의 사랑은 계속 기록되어 있는 거야.

이 날 아침에 일어나 먹은 식사에는 네가 좋아하던 것이 있었고, 내가 좋아하던 것이 있었고. 너와 나는 이런 사소한 일로 다퉜고 이런 사소한 일로 행복해했었고.
그저 행복한 추억만이 이 책에 쓰여있는 건 아니야. 내가 울고, 네가 슬퍼하고. 내가 화나고 네가 우울했던 그 모든 날들의 기억이 이곳에 있어.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은 채로.

"뭐하고있어요?"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 너. 내게만 보여주는 너의 그 미소. 나만 볼 수 있는 너의 표정.

"아, 이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내 앞 의자에 앉아 나를 쳐다보는 네 모습이. 너의 아름다움이 너무 눈이 부셔서 책을 쓰는 건 더 이상 무리인 것 같아 책을 덮었다.

"어, 더 안 써요?

눈을 동그랗게 뜨는 네 모습. 너의 표정 하나하나가 내겐 너무나 달콤한 초콜릿처럼 녹아내리고, 후엔 그 초콜릿이 굳어 너의 표정은 모두 내게 그대로 있어.

"자기를 보는 게 더 좋으니까."

부끄러운 듯 배시시 웃으며 나를 보는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너무 아름다워서 눈이 부셔.

"어이쿠! 너무 눈부신데? 이러다 눈이 멀겠어!"

입꼬리를 죽 늘어뜨린 후 그녀와 코를 맞댄 후 볼에 한번 쪽.

"뭐, 뭐 하는 거예요...!"
"왜, 더 진~하게 해줄까?"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 보인 후 그렇게 조금 더 깊숙이. 조금 더 진하게.

우리의 책은 아직 완결이 나려면 멀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