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메신저(Mystic Messenger)

[707 × 여주 × 한주민] 홍차와 밀크티

설멩이 2016. 8. 26. 03:59

*아주아주 약스포

*19소재가 있습니다...(*´∀`)

*>>707과 해피하려던 도중 여주를 납치한 이사님<< 이라는 설정입니다



커다란 창문 너머의 세상은 분주하다.
사람들은 열심히 걸으며 인생을 걷고 있고, 시간의 흐름을 달리며, 그렇게 끝을 바라본다.
내가 빼앗겨버린 평범한 일상.

내가 있는 방은 넓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좁다. 나를 가둬버린 이 투명한 철창 안은 너무나도 좁다.

나는 언제나 당신이 좋아하는 흰 원피스를 입고, 당신이 좋아하는 숏컷을 유지하며, 당신이 좋아하는 장소에 갇혀있다.

이 방 안. 나 혼자만이 존재하는 이 방 안에서의 삶은 너무나 외롭고 쓸쓸하고 슬프다.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어. 당신이 나를 구해줘.


"또 창밖을 보고 있었군.

한주민. 날 여기에 가둔 남자. 그리고 날 옭아매고 있는 남자.

"방을 나서고 싶은 건가?

달콤한 말로 말 따뜻하게 녹이려 하는 그는 내겐 뜨거운 물과 같다. 그가 느끼는 나는 당신이라는 뜨거운 물 위에서 우러나는 향기로운 홍차와 같은 존재겠지.

"나가고 싶다고 해도 내보내주지 않을 거잖아요."
"맞는 말이야."

하지만 나는 당신의 홍차가 아냐. 하지만 이미 당신에게 우러난 나는 어느 곳도 갈 수 없어.

"당분간 바빠서 늦게 들어올 것 같아."

한주민은 날 안아 침대로 옮겼다. 이곳은 내 철창 안. 작은 티백은 정해진 작은 찻잔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어. 그 작은 찻잔 안에서만.

날 강제로 침대에 눕히고, 내 몸을 쓰다듬으며 조금씩 본인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그대는 언제나 아름다워."

하나도 기쁘지 않은 말. 나는 그에게 반항할 힘이 없다. 누가 날 구해주기를 이렇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대는 날 떠나지 않을 거라고 믿어."

떠날 수 없도록 모든 것을 준비한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나의 비부에 뭔가가 부비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싫은 건가?

고개를 돌려 눈을 피했지만, 내 턱을 잡고 본인에게 가까이 가져간다. 그의 눈빛에는 사랑, 슬픔, 분노, 질투 같은 감정들이 한데 섞여 꽤나 복잡한 표정이다.

"내가 싫다고 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그대는 죽어서도 나의 것이니까."

부비적거리던 그것은 내 안으로 쑤욱 들어왔다. 분명 아프고 껄끄러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너무나 부드럽게 들어오는 이 감촉에 흠칫했다.

"놀랐나? 그대를 위해 준비했지."

그는 젤 통을 들어 내게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계속 사용해야겠어. 나쁘지 않아."

조금씩 밀려오는 쾌락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점점 강해지는 쾌감은 참기 힘들어졌고, 결국 나는 또 져버렸다.

"읏, 으응... 흐..."

빠르다가 갑자기 느려지고, 다시 빨라지기를 몇 번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내 안이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작아지기를 몇 번을 반복했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끝이 났다.

지평선 너머로 절망이 가라앉는다. 그리고 내일은 희망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떠오르겠지.


"그럼 이만 출근하도록 하지. 잘 지내고 있길, 내 사랑."

내 이마에 한번 키스를 하고 그는 집을 나섰다. 다시 시작된, 그가 날 구해주러 올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하지만 이곳은 들어올 수 없어. 내가 알고 있는 이곳은 지키고 있는 사람이 많아. 그의 재력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무리도 아니지.

"쨔쟌!"

갑자기 창밖으로 사람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빨간 머리와 특이한 안경의 그가.

"미안해요. 너무 오래 걸렸죠?
"세, 세영 씨?"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기다렸던, 하지만 포기했던 나의 그. 내가 놓칠 수밖에 없던 그.

"물러나요. 위험하니까!"

그는 도구를 꺼내더니 유리창에 구멍을 내었다. 내가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까? 당신과... 함께할 수 있을까?

"다 됐다!

구멍은 내가 나갈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났다. 내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미는 당신. 내가 당신의 손을 잡을 자격이 있을까. 과연 내가 당신에게서 행복을 찾아도 될까?

나는 머뭇거렸고, 당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물어왔다.
왜 그래요?
괜찮아요.
내 손을 잡아요.

"세영 씨, 내가 가도 될까요?"
"물론이죠!"

환하게 웃어주는 당신. 내가 이곳에서 나가면 그는 당신을 다치게 할 거야. 하지만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난 당신을 위해서 옥상에서 10층까지 로프를 타고 내려왔다고요. 내 걱정은 하지 말아요. 난 당신이 행복한 게 가장 좋아요."

내 마음을 읽은 건지, 내게 대답을 하는 당신.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내 행복은 당신에게 있어.

"내 손을 잡아요. 내가 당신을 자유로이 날 수 있게 해주는 비행기가 될게요. 아니다, 로켓이 더 좋을까?"

뜨거운 물에 우러난 티백의 향이 점점 퍼지고 향긋하지만은 않은 냄새가 날 때, 당신은 우유가 되어 내게 왔어.

우유가 부어진 향긋하지만은 않던 홍차는 비로소 밀크티가 되어 향긋한 향기를 내뿜고, 좋은 맛을 내며 그렇게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가겠지.

당신이 내게로 오면 당신은 다시는 우유가 될 수 없어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내가 당신을 힘들게 하진 않을까요.

하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 욕심을 부려도 될까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한주민이 아닌 최세영, 당신과 함께.

"내가... 내가 당신이게 가도 될까요?"
"물론!"

날 보며 환하게 웃는 당신. 나는 용기를 내어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고, 당신은 내 손을 잡고 끌어당겨 날 품에 안았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당신의 품. 당신의 향기. 당신의 느낌.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당신의 품 속.

"헉... 예전보다 훨씬 말랐네요? 지금 너무 불안해요, 이렇게 안고 있으면 당신 뼈라도 부러질까 봐...!
"난 괜찮아요."

걱정스럽게 나를 보는 당신의 눈빛은 너무 자상하고 따뜻해서, 그 눈빛에 녹아내릴 것만 같은.

"얼른 가요. 당신이 편안할 수 있는,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섞여버린 우리의 관계는, 밀크티처럼 향기롭게 끝맺을 수 있을까.

아니면 잔이 엎어지고 새로운 차를 우려내게 될까.

나를 구성하는,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의 흐름이 바뀌는 것 같은 기분이다.





밀크티 : 홍차에 우유를 부어 마시는 차의 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