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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메신저(Mystic Messenger)

[리카 X V] 풍접초

설멩이 2016. 8. 11. 05:14
풍접초 : 시기, 질투, 불안정


"리카, 이거 봐봐."
"이게 뭔데?"

V가 내게 보여준 카메라 화면에는 카메라를 돌려 반대로 찍은 듯한, 하늘이 구와 비슷한 모양으로 보였다.

"우와, 신기해! 이거 카메라를 돌려서 찍은 거지?"
"응. 가끔은 피사체를 설정하는 것보다 카메라를 설정하는 게 더 아름다운 사진이 나올 때가 있어."
"정말 아름다워. 마치 하늘이 유리구슬이 된 것 같아."
"가끔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도 좋아, 리카."

그날 보았던 너의 사진은 정말 아름다웠고, 그때의 나도 참 순수했지.
그때는 나도 너처럼 아름다운 사진이 좋았어.



"리카 누나. 또 카메라만 잡고 있을 거예요?"

언젠가 네가 보여주었던 그 하늘. 그 하늘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누나. 밥부터 먹고 해요. 네?"

찰칵-

"어? 왜 카메라를 돌려서 찍는 거예요?"

아무리 찍고 또 찍어봐도, 네가 찍었던 그 하늘과 같은 느낌이 없어.
네가 찍은 게 아니어서일까, 아니면 내 심정의 변화 때문인 걸까.

"어, 신기하네요? 반대로 찍으니까 하늘이 동그래요!"

신기하니, 유성아? 그래. 나도 처음엔 그랬어. 지금은 그때의 기분이 나질 않아.

"우와, 나도 언젠간 한번 이렇게 찍어봐야겠어요!"

카메라를 돌려서 내가 찍었던 사진들을 다시 돌려서 보고 있어, V.
너도 지금 보고 있겠지? 왜냐면 너는 날 계속 지켜주는 나의 태양이니까.
네가 내게 보여줬었던 사진들을 비슷하게나마 내가 찍고 있어.
그땐 그렇게 아름다워 보였던 사진들이, 왜 지금은 이렇게나 슬픈 걸까.

"누나.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요?"

화가 나. 내가 왜 너의 기억에 묻혀 살아야 하는지. 나는 나약하지 않아. 모두를 구원했던 사람이라고.
내가 겨우 너의 기억에 파묻혀 슬퍼하고만 살 것 같아?
너만이 구원자가 아냐.

"...죽...."
"누나?"
"...죽...음...."

죽음이 끝을 부른 거야. 너와 나는 끝.

"누나, 갑자기 왜 그래요?"

V는 나를 지켜보고 있어. 나의 태양이니까.
동시에, V는 나를 억압하고 있어. 나의 태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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